네가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들은 거기 영원히 남는다는 걸 잊지 마. 한번 생각해보렴. 남자가 말했다. 어떤 건 잊어먹지 않나요? 그래. 기억하고 싶은 건 잊고 잊어버리고 싶은 건 기억하지.(17쪽) 전 같으면 들어가지 않았던 숲이 되어버린 집의 잔해를 손으로 헤집고 들어갔다. 지하실의 검은 물에 쓰레기와 녹이 스는 관과 함께 둥둥 떠 있는 시체 한 구. 남자는 천장의 일부가 타버려 하늘을 향해 뻥 뚫린 거실에 서 있었다. 물 때문에 뒤틀린 판자들이 마당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서가의 물 먹은 책들. 남자는 한 권을 꺼내 펼쳤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모든 것이 축축했다. 썩어가고 있었다. 서랍에서 초를 하나 발견했다. 불을 붙일 방법은 없었다. 남자는 초를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