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의 맨드릴 원숭이는, 암수 한 쌍이고 나이도 비슷했다. 그는 그런 둘이, 신방을 차리기는커녕, 암컷이 절대로 수컷 가까이는 가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우리가 좁아 한 놈이 바닥을 돌아다니면 한 놈과 저절로 부딪치기 마련이었다. 둘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암컷은, 수컷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될 때면, 철골 구조물을 타고 우리 꼭대기로 훌쩍 올라가버렸다. 암컷과 수컷 사이에 무슨, 안전거리 규정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안전거리는, 육체를 가진 생물이면 어느 것에나 있는 것이었다. 육체란, 공간이라서 그렇다. 해수 속의 박테리아부터, 사우나탕 휴면실에서 잠잘 자리를 찾는 발가벗은 사내들까지. 그 살아 있는 공간인 육체는 항상, 타생물과의 일정한 거리를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