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아무도 아닌》, 문학동네, 2016.
병신 같은 건 싫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마지막에 병신 같은 걸 남기고 죽는 건 싫다. 걱정이 될 테니까 말이다. 세상에 남을 그 병신 같은 것이.(「양의 미래」, 43쪽) *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계절의 공기가 신선하게 폐를 부풀렸다. 싸늘하고 맑은 날이었다. 덧옷의 성긴 올 사이로 찬바람이 들었는데 햇볕은 따뜻해서 바람만 아니라면 어디 모퉁이에 앉아 있고 싶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햇볕을 쬐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할 뿐. 내가 어렸을 때는…… 하고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동네 모퉁이에 그렇게 앉아 있는 노인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눈도 부실 텐데 노인네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데 앉아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