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275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19쪽) *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모든 것은 빛난다》, 사월의책, 2013.

우리들 존재를 놓고 볼 때 의미 있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우리 행동들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왜냐하면 바로 이런 차이들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 또는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삶의 특정 단계에..

김애란,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가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했다.(21쪽, 「입동」) *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었다.(42~43쪽, 「노찬성과 에반」) * 나는 나무에 그려지고 돌에 새겨지며 태어났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

크리스토프 바타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문학동네, 2006.

카트린 수녀는 자신의 생각을 두꺼운 나뭇잎에 적어놓았다. 그녀의 일기는 긴 시와도 같았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그려놓은 풍경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심지어 몸이 아플 때에도 저녁이면 모닥불 불빛 아래서 베트남에 관한 이야기들을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