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275

헤르만 헤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을유문화사, 2015.

외국의 풍광과 도시를 직면할 때 유명하거나 눈에 확 들어오는 것만 찾지 않고 본원적이고 좀 더 심오한 것을 발견하고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여행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의 기억에는 대게 우연히 마주친 작은 사건들이 특별한 광채를 빛내며 담겨 있기 마련이다.(36쪽) * 나는 산 미니아토를 떠올렸다. 피렌체 대성당의 종탑과 돔형 지붕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그 예술 작품들로 향하게 만든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것들은 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걸까?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한 인간의 고된 작업과 헌신은 무가치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들이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각자의 고독 너머에, 인류 공통의, 바람직하고 귀하고 소중한 보편성이 존재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오랜 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수백 명의 예술가들이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