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일교차가 점점 커지는 계절이다. 밤에는 서늘하던 기운이 오후가 되어감에 따라 더워진다. 바람은 서늘함을 품고 있지만 햇볕은 아직 따갑다. 비로소 가을의 문턱에 서 있음을 느낀다. 어제는 출장을 다녀왔다. 하늘을 가리며 길께 뻗어있는 소나무가 제법 빼곡히 들어찬 곳이었다. 오후.. 어느푸른저녁 2008.09.06
어쩔 수 없는 일들 어제는 오랜 시간을 들여 미뤄둔 빨래를 했다. 주인집 할머니의 세탁기를 쓰려고 했지만(할머니께서 허락해 주셨다) 며칠째 서울 아들네에 가셔서 돌아오지 않으셨다. 물론 방문은 굳게 잠궈 두고서. 속옷이나 양말, 수건 같은 것들은, 약간의 귀찮음만 감수한다면, 손수 빨아도 별 무리가 없지만, 부.. 어느푸른저녁 2008.09.02
사랑 때문에 누구는 사랑 때문에 약을 먹고 죽기고 하고, 죽이기도 하며, 헤어지기도 한다. 그 모든 일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지는 일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나와 가까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내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은 사람의 결별소식과 그 상대방의 사망소식.. 어느푸른저녁 2008.08.30
고독, 이라는 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물론 그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실제로 시간이 빨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느낀다는 것뿐이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나이에 정비례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게해서 벌써 2008년 8월의 말미에 다다랐다. .. 어느푸른저녁 2008.08.23
가을을 기다리다 아직, 너무 성급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는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집에서 반바지 밖에 가져오지 않는 나는 얇은 이불을 덮고 올 여름들어 처음으로 모든 문을 닫고 잠을 잤다. 자면서도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기기를 반복했으며 일어나서는 찬물에.. 어느푸른저녁 2008.08.17
2008 이상문학상작품집 《권여선, 사랑을 믿다 외》, 문학사상사, 2008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41쪽) - 권여선, 중에서 * 무엇인가가 완성되는 순간은 그것을 완전히 잃고, 잃었다는 것마저 완전히 잊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그 언저리를 헛짚는 순간이다.(76쪽) - 권여선, 중에서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8.17
바보상자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그 와중에도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전쟁을 하여 많은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한쪽에서는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열리고 또 한쪽에서는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지구요, 인간들임을 새삼 절감한다. 새로 이사를 오고 얼마 안되어 .. 어느푸른저녁 2008.08.16
울진 울진으로 이사를 온지 거의 이주일이 다 되었다. 물론 일 때문이다. 대학교 때 몇 달간 자취를 해본 것을 제외한다면 이십구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진정 홀로 살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있던 예천과는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바로 이 울진에서. 먼저 울진에 들어간 사람들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 어느푸른저녁 20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