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메일을 정리하다가 문득 예전에 온,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메일을 열어본다. 의외로 많다. 잊혀진 사람들이, 점차 사용하지 않는 이메일처럼 쌓여있었다. 내가 보낸 메일도 그들의 메일함에 먼지 덮힌 문서처럼 쌓여있겠거니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졌다. 그땐 그런 메일을 주고 받으.. 어느푸른저녁 2008.01.16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2006. 그래, 그래. 바로 그거지. 청춘은 가버려야만 해. 암 그렇지. 그러나 청춘이란 어떤 의미로도 짐승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니, 그건 딱히 짐승이라기보다는 길거리에서 파는 쬐끄만 인형과도 같은 거야. 양철과 스프링 장치로 만들어지고 바깥에 태엽 감는 손잡이가 있어 태엽을 끼리릭 끼리릭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1.08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민음사, 2006. 가끔 나는 내가 사회 부적응자가 아닌가 의심한다. 인간이 혼자서 살 수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들과 살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때론 몸서리 처칠 정도로 섬뜩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에 대한 자그마한 신뢰조차 남아있지 않을 정도.. 흔해빠진독서 2008.01.07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민음사, 2006. 즉 저에게는 '인간이 목숨을 부지한다.'라는 말의 의미가 지금껏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애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1.06
최인석,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창작과비평사, 2003.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진정으로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행여 운이 좋아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는 농담을 듣지 않고 자랐더라도 어느 순간 삶이 나를 배반하듯 비껴갈 때, 인생의 시작점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만 불리한 지점에 .. 흔해빠진독서 2008.01.03
함정임, 『아주 사소한 중독』, 작가정신, 2001. 단편이라 하기엔 좀 길고, 중편이라 하기엔 좀 짧은 함정임의 《아주 사소한 중독》은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혀와 연관시켜서 형상화한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제목처럼,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중독이란 과연 무엇인가. 작가는 특급호텔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여자 주인공과 그녀보다.. 흔해빠진독서 2007.12.29
장정일, 『보트 하우스』, 프레스21, 2000. 복잡하고, 기발하며, 냉소와 적의로 무장된 뒤틀림이 있었다. 치열함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다. 그것과는 색깔이 다른 어떤 복받침이랄까, 독기 같은 것이 엿보인다. 장정일의 <보트 하우스>에는 그런 것이 있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SM을 체험하게 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등 .. 흔해빠진독서 200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