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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보트 하우스》, 프레스21, 2000.

반복으로부터 우리를 가장 크게 구해내는 건 사랑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랑은 반복의 지옥에 빠진 우리를 번쩍드어 단숨에 변화의 신세계에 올려주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반복되는 나날과 삶으로부터 우리를 일탈시켜주거나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온 맘으로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우리를 구원한다. 또 보고 싶고, 또 만나고 싶고, 또 만지고 싶다. 그래서 사랑은 가장 큰 희망이다. 그것은 반복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닌, 반복 가운데서 쉬게 하고 힘을 얻게 하며 그 곳에서 자유를 얻게 한다.(98쪽) * 숱한 가구들 중에 가장 위엄있고 고상한 것은 의자다. 어떤 의자든지 인격을 가지고 있고 개성을 가지고 있다. 장롱이나 침대는 살아있는 사물처럼 보이지 않아도 의자는 살아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의..

최용건, 《라다크, 그리운 시절에 살다》, 푸른숲, 2004.

삶은 극점에 머물 때라야 자아가 극명하게 드러나 보이며, 나아가 그을음 한 점 없는 맑은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삶의 극점에 서보지 않고서는 평화로움도 누릴 수 없으리라. 극점에 대한 체험이 결여된 평화는 권태의 잠복기간에 불과할 뿐. (95쪽) - 최용건, 《라다크, 그리운 시절에 살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