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산책 조금 덥다 느껴지는 일요일 오후였다. 생각해보니 오월의 첫날이었다. 나는 책을 한 권 가방에 넣고 자취방을 나왔다. 인근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야구를, 누군가는 열심히 걷고 있었다. 둘러보니 어느새 이팝나무에 꽃이 소복하게 피어었었다. 작년에 본 하.. 어느푸른저녁 2016.05.02
바다라는 이름만으로도 두 번째로 간 통영. 개인 여행이 아니라 직장에서 단체로 간 여행이었기에, 보다 내밀한 느낌으로 다가서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굳이 통영이여야 할 필요도 없는, 피상적인 바다, 피상적인 사람들, 피상적인 풍경들.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한 것일까. 혹은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 어느푸른저녁 2016.04.28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치스러울 만큼 깊숙한 마음속에 나는 내 의식의 외적 성분을 구성하는 매일의 인상들을 기록한다. 글로 쓰자마자 순식간에 나를 떠나 이미지의 산비탈과 이미지의 풀밭을 넘어, 관념의 오솔길을 지나고 혼돈의 터널을 통과하여 자신의 갈 길로 가버리는 불안한 말을 이용해서. 나는 인.. 불안의서(書) 2016.04.24
모든 것이 지나간다면 무슨 일이든 지나간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된다는 사실도 익히 알지만, 아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일이 지나가기 전에 받아야만 하는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지나가며,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 어느푸른저녁 2016.04.19
선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했는지, 왜 조금만 부주의해도 사고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는지 나조차도 정말 알 수 없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내 몸과 내 의식을 연결해주고 있는 연결고리가 무척 가늘어져서, 여차하면 툭 끊어져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온 몸을 감쌌다. 나는 그.. 어느푸른저녁 2016.04.16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허밍버드, 2013. 수천만의 별 중 어딘가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 사랑한다고 해. 그럼 별을 바라보기만 해도 엄청 행복해질 텐데. '내 꽃이 저기 어디에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말이야. 그런데 양이 그 꽃을 후루룩 먹어버리면, 그이에게는 그 모든 별들이 빛을 잃어버리게 될 텐데 그래도 그게 아저씨.. 기억할만한지나침 201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