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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직 아프며, 나는 오직 꿈꾼다

나는 분노하지 않는다. 분노는 강한 자들의 일이다. 나는 좌절하지 않는다. 좌절은 고귀한 자들의 일이다.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침묵은 위대한 자들의 일이다. 나는 강하지도 않고 고귀하지도 않으며 위대하지도 않다. 나는 오직 아프며, 나는 오직 꿈꾼다. 나는 약하기 때문에 비탄에 잠긴다. 또한 나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내 비탄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기쁘게 듣는다. 나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내 상상의 세계와 가장 밀접한 형태가 되도록 꿈을 꾼다.(236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나는 오직 아프며, 나는 오직 꿈꾼다.' 이 말에 페소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그가 쓰는 모든 것들, 그것은 바로 그의 아픔의 결과이며, 꿈을 꾼 결과가 아닌가. 그..

불안의서(書) 201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