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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위한 찬가

어느 날 내가, 모든 예술을 하나로 합한 것만큼 천재적인 필력을 부여받는다면, 그때 나는 잠을 위한 찬가를 쓰겠다. 나는 잠보다 더 뛰어난 삶의 쾌락을 알지 못한다. 생명과 영혼의 완전한 소등 상태, 다른 모든 존재와 인간의 완벽한 배제, 기억도 환상도 없는 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는 시간...(289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잠을 위한 찬가! 페소아는 천재적인 필력을 부여받는다면 잠을 위한 찬가를 쓰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쓰는 모든 것이 이미 잠을 위한 찬가다. 잠에 빠져들기 전,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모든 사물들의 윤곽이 흐릿해지고 모든 소리가 멀어지는 지점에서 그는 글을 쓴다. 나는 그런 페소아를, '불안의 서'를 사랑한다. 내가 언제나 ..

불안의서(書) 201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