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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우주다

우리들 안의 영원한 여행자는 우리의 풍경이고, 그것이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소유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 소유하지 못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갖지 않았다. 우리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어떤 손을 어떤 우주를 향해 뻗어야 할 것인가? 우주는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바로 우주다.(229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내가 바로 우주다.' 하지만 나는 사소한 것들로 인해 사소하게 앓고 있다. 인간들과의 관계를 갈망하고,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착하고, 내가 하지 못한 것을 동경한다. 나는 타인이 열망하는 것들을 똑같이 열망하면서도 짐짓 아닌 척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린다. 나는 거부의 몸짓으로, 그런 것들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

불안의서(書) 2015.05.16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능력

체념은 해방이다. 원하지 않음은 능력이다. 내 영혼이 이미 나에게 주지 않은 중국을, 그 무엇이 나에게 줄 수 있겠는가? 내 영혼이 나에게 중국을 줄 수 없다면, 그 무엇도 나에게 중국을 줄 수 없다. 나는 만약 그래야 할 경우 내 영혼으로 중국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동양에서 부귀를 찾아다닐 수 있지만, 영혼의 부귀함은 찾을 수 없다. 내 영혼의 부귀는 나 자신이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 있다. 동양과 함께 혹은 동양이 없이. 느끼지 못하는 자는 여행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기라는 것들이 그토록 빈약한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여행기는 오직 쓰는 사람의 상상력의 한도 내에서만 쓸모가 있다. 저자가 상상력이 있다면 그는 우리를 매료시킬수 있다. 그는 자신이 상상해낸 자연 풍경을 사진을 찍듯이 상세하..

불안의서(書) 201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