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도 생각도 없는 무의식과 재앙 눈앞에서 벌어지는 그 어떤 일도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운명의 눈에는 낯설기만 하다. 심지어 운명 자체도 이들을 모른다. 우연이 던져놓은 돌멩이이며 모르는 목소리의 메아리다. 의미도 생각도 없는 무의식과 재앙이 한꺼번에 뒤섞여 있다. 이것이 삶이다.(29쪽, .. 불안의서(書) 2014.09.25
마음의 문제인가, 익숙함의 문제인가 차가 생기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마음대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시간을 지배할 수 있고, 그러므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젠 알겠다. 그것은 차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차의 유무가 아니라 마음의 유무라는.. 어느푸른저녁 2014.09.23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그것이 늘 의문이었고, 결론적인 깨달음은 늘 부정적이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이해의 불완전함 혹은 편협함에 늘 민감하게 반.. 흔해빠진독서 2014.09.17
삶을 살 줄 모르는 사람 나처럼 존재하는 사람, 삶을 살 줄 모르는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유형의 극소수의 인간에게는 일반적인 삶의 양식을 포기하고 오직 관조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종교적인 삶이 무엇인지 모르며, 알 수도 없다. 인간은 .. 불안의서(書) 2014.09.17
한강, 《소년이 온다》, 창비, 2014.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79쪽) * 치욕스러운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 기억할만한지나침 2014.09.14
무지의 재능 삶이 우리에게 베푼 것 중에 우리가 신들에게―삶 자체를 준 것에 대한 감사와는 별도로―특히 감사를 올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무지의 재능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르고 우리들 서로에 대해서도 모른다. 인간의 영혼은 어둡고 미끈거리는 심연이며, 세계의 표면에서는 결.. 불안의서(書) 2014.09.10
당신의 유일한 낙은 무엇인가요? *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직 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한여름의 태앙만큼은 아니다. 잘 때 창문을 닫아야 하고, 이불을 목까지 덮어야 한다. 반바지와 반팔의 잠옷도 이젠 어울리지 않는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재채기가 심해졌다. 아침과 저녁에 코가 간질거리면서 재채기가 .. 어느푸른저녁 2014.09.06
우리는 만난 적이 있을까 사람들은 때로 타인을 이해하기 힘들거나, 진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 세상이 만들어놓은 규범과 관습에 자신을 합리화시키듯 그렇게 타인을 합리화시켜서 애써 이해하고자 한다. 어떻게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신 스스로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아내어 스스로를 설.. 어느푸른저녁 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