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5

거기, 문장들 사이로

언제나 내 삶은 현실의 조건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나를 얽매는 제약을 좀 해결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같은 종류의 새로운 제약이 나를 꽁꽁 결박해버리는 상태다. 마치 나에게 적의를 가진 어떤 유령이 모든 사물을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내 목을 조르는 누군가의 손아귀를 목덜미에서 힘겹게 떼어낸다. 그런데 방금 다른 이의 손을 내 목에서 떼어낸 내 손이, 그 해방의 몸짓과 동시에, 내 목에 밧줄을 걸어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밧줄을 벗겨낸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는 나를 교살한다.(54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내가 어떤 글을 읽고 위안을 받는다면, 그것은 내가 위안을 받고 싶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 글이 내가 처한 상황과 맞..

불안의서(書) 2014.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