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팔 1. 컴퓨터가 이상하다. 인터넷을 하다가 갑자기 창이 꺼지거나 아예 컴퓨터 자체가 꺼지는 경우도 있고, 농협 인터넷 뱅킹 사이트에 들어가니 보안강화라고 해서 개인정보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라는 창까지 뜬다. 말로만 듣던 피싱사이트였던 것이다. 한 5년 쯤 사용했으니 이제 컴퓨.. 어느푸른저녁 2013.06.06
붉은 장미꽃다발 붉은 장미꽃다발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뜰래 네 살갗 및 장미꽃다발 그 속에서 바짝 마른 눈알을 치켜뜰래 네 안의 그 여자가 너를 생각하면서 아픈 아코디언을 주름지게 할래 아코디언 주름 속마다 빨간 물고기들이 딸꾹질하게 .. 질투는나의힘 2013.06.02
병원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 질투는나의힘 2013.05.29
신형철, 《몰락의 에티카》, 문학동네, 2008. '현실'이라는 판타지에 의존함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욕망과 충동의 섬뜩한 '실재'(the Real)를 간신히 외면한 채 그럭저럭 살아간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몰라야 할 어떤 진실이 있고, 현실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말해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야 할 어떤 말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원.. 기억할만한지나침 2013.05.27
그들의 향기에 흠뻑 취할 때 지금은 장미와 아카시아의 천국이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진하고 달착지근한 아카시아의 향기가 들어온다. 그저께 출장차 구미로 가는 차 안에서 옆에 탄 동료에게 말했다. 지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 하얀 것들이 다 아카시아인가요? 그래요, 온통 아카시아로군요! 온 산이 하얀 아카시.. 어느푸른저녁 2013.05.23
장미가 피기 시작한다고 오월도 반이 넘게 지나갔다. 나의 장기는 모든 지나간 것들을 반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치 시간과의 싸움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지고마는 싸움. 이길 수 없는 싸움. 해독되지 않는 시를 읽을 때처럼, 시간은 늘 해독 불가능한 상태로 나를 이끈다. 그 막막함. 그래서 나는 늘 .. 어느푸른저녁 2013.05.17
SALTNPAPER - 모자(Hats) 솔튼페이퍼라는 뮤지션의 노래다. 다들 좋다고 말을 하던데, 듣고보니 과연 좋은 것 같다. 좋으면 좋은거지 좋은 것 같은 건 또 뭔지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 뮤직비디오도 좋고, 노래도 좋고. 잔잔하면서도 뭔가 생각할 여지를 주는 노래랄까. 음... 여러모로 충전히 필요한 때인데, 당.. 오후4시의희망 2013.05.12
박영택, 『예술가의 작업실』, 휴먼아트, 2012. 지방의 소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미술 전시회를 보러 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고자 하는 열망의 문제를 넘어서 일단 전시회 자체가 잘 열리지 않는데다 어쩌다 기획 전시 같은 것이 열리기라도 하면 시간이나 일정 등을 맞추기도 어려운 것이다. 물론 전시회를 찾아 보고자 하는 .. 흔해빠진독서 201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