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96

김도언, 《불안의 황홀》, 멜론, 2010.

나는 나의 삶을 꾸준히 바라보고 다른 이의 삶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거개의 삶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단계를 거쳐 완성되거나 종료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원리의 발견 같은 것인데, 내 신념에 의해서 확인된 네 가지의 단계는 '욕망-투쟁-성찰-화해'이다. 나는 이것을 '진화의 변증법'이라고 부르고 싶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마다 각 단계에 머무르는 시간에 있어 현격한 편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은 서른 살이 되기도 전에 네 단계를 모두 섭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욕망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투쟁의 단계를 이십 년 이상 지속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투쟁의 단계를 일 년 만에 졸업하기도 한다. 내 생각에 의하면,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