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지 "당연히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지." 내가 지넷 윈터슨의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라는 소설의 제목을 내 메신저 닉네임으로 올린 것을 본 어떤 이가, 뭐 이렇게 당연한 말을 하냐는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렇죠? 당연히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죠?" 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그 문구가 실은 내.. 어느푸른저녁 2011.05.21
지넷 윈터슨,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민음사, 2009.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어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 생각은 알고 있지만 머릿속의 단어들이 물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같다. 단어들은 뒤틀린다. 이 단어들이 수면을 치고 나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세심한 작업이다. 은행 강도가 금고 문을 열기 위해 희미하게 들리는 .. 기억할만한지나침 2011.05.06
익숙한듯 낯선 풍경 속으로 며칠 감기로 고생했다. 지금은 몸살기운은 사라졌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대기는 유해한 것들로 가득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인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불쾌한 공기가 몸 속에 들어온다. 텔레비전에서는 최악의 황사라고 떠들어댔고, 정말로 온 사방이 누렇고 뿌연 먼지들로 뒤덥혔다. 기침이 .. 어느푸른저녁 2011.05.05
가슴이 시린 이유 1. 어쩐지 잘 버틴다고 생각했다. 환절기만 되면 걸리는 감기마저 이번에는 운좋게 비켜가나보다 생각하던 찰나,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하더니 몸살기운이 금세 번졌다. 밤에 외출을 잘 하지 않다가 이틀 전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은 꽤 쌀쌀했다. 하.. 어느푸른저녁 2011.04.22
더 클래식 생전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에 다녀왔다. 힌데미트, 비발디, 멘델스존으로 구성된 실내악 공연이었다. 힌데미트라는 작곡가의 현악연주는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유명한 비발.. 어느푸른저녁 2011.04.12
봄날, 일요일 오후 어느새 개나리가 피었고, 목련과 진달래가 피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세상에 와 있더라, 는 식의 놀라움이 불현듯 든다. 자연의 색이라는 것은 그것이 생명을 품고 있기에 더 생생하고 아름다운 것이겠지. 하지만 취할 순간도 주지 않고 순식간에 가버리는 것이 봄이라는 계절의 .. 어느푸른저녁 2011.04.10
기지개를 켜라! 도대체 봄은 언제 오는 것일까, 오긴 오는 것인가? 라고 딱 그저께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봄은 이미 와 있다고 이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내가 말하는 봄은 그러니까, 좀 더 완연한 봄, 봄다운 봄을 말하는 것이다. 포근한 햇살에 금방 튀어나온 연둣빛 잎사귀, 그리고 간간히 불어오는 .. 어느푸른저녁 2011.04.01
내가 숨쉬는 이유 정신을 차린 것이 얼마만인지. 그동안 내가 무얼 했는지도 모른채 시간만 흘렀다. 책을 읽을수도, 음악을 들을새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무감각하게, 쫓기듯 살고 있었으니. 아직도 멍한 기분은 가시지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듯 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나? 후.. 어느푸른저녁 2011.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