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대지 않기 내 능력에 관한 심각한 고민을 한다. 내가 이것 밖에 되지 않았나, 도무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고작 이 따위의 일도 제대로 못한단 말인가 등등... 나열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자책들이 오늘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상한 속을 어찌할 수 없.. 어느푸른저녁 2008.12.12
늦잠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하마터면 지각을 할 뻔 했다. 어제 좀 늦게 잤더니 바로 이 모양이다. 핸드폰 알람을 맞춰놓고 잤는데, 오늘은 무슨 잠이 그리도 깊이 들었던지 언제 알람을 껐는지도 모르겠다. 일어나서 부랴부랴 씻고 허둥지둥 옷을 입고 부리나케 뛰었다. 어김없이 일찍 와 있는 상.. 어느푸른저녁 2008.12.09
내 차가운 피를 용서해 1 차가운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부터 틀었다. 방안 온도는 13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거룩하게 들리고 나는 펴놓은 이불 위에 쪼그리고 앉아 방바닥이 따스해오기를 기다렸다. 손가락끝과 발가락끝, 그리고 코끝이 시렸다. 2 저녁으로 무얼.. 어느푸른저녁 2008.12.05
투정 직장에 다니기 전에는 오로지 직장을 가지기 위해 그 외의 것들은 포기하다시피 하고 살았는데, 직장을 가지고 난 지금은 그 직장 때문에 그 외의 것들은 포기하고 사는 듯하다. 단조로운 직장 생활과, 사람들과의 어쩔 수 없는 부대낌과 그로인해 생기는 크고작은 잡음들이 요즘 내 신경을 갉아먹고 .. 어느푸른저녁 2008.12.03
소설가와 시인 소설가와 시인은 어떻게 다른가? 문득 내가 시인에게는 시인이라는 호칭을 붙여 말하고 소설가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배수아에 대해 쓸 때 그냥 배수아라고 말했지 배수아 소설가 혹은 소설가 배수아라고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기형도에 대해 쓸 때는 기형도 시인 혹.. 어느푸른저녁 2008.12.01
어느 장례식 풍경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다섯 형제들의 지인들이 두루 섞인 장례식장은 조금 분주해 보였고, 가끔씩 터져나오는 웃음소리는 오히려 그곳의 분위기를 활기에 차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호상이라며 그 죽음을 평했다. 실제로 죽은 그 사람은 여든을 넘긴 나이에 긴 병치레를 하지 .. 어느푸른저녁 2008.11.30
비굴 레시피 - 안현미 비굴 레시피 안현미 재료 비굴 24개 / 대파 1대 / 마늘 4알 눈물 1큰술 / 미증유의 시간 24h 만드는 법 1. 비굴을 흐르는 물에 얼른 흔들어 씻어낸다. 2. 찌그러진 냄비에 대파, 마늘, 눈물, 미증유의 시간을 붓고 팔팔 끓인다 3. 비굴이 끓어서 국물에 비굴 맛이 우러나고 비굴이 탱글탱글하게 익으면 먹는다 .. 질투는나의힘 2008.11.29
부디 그러하기를 오랜만에 본 고모와 사촌들은 조금 침울해진 것도 같았으나, 걱정 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시간이, 그들이 겪은 큰 상처를 치유해 주었던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살았을 커다란 불행에서 놓여날 수 있었을까 하는, 어찌보면 잔인한 생각마저 든다... 어느푸른저녁 200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