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고, 즐겁고, 슬픈 독서를 하고 나서 무언가를 적는 일을 점차 소홀히 하고 있다. 아니, 이 말은 옳지 않다. 정확히 말해서 독서 자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말이 맞다. 그만큼 정신적인 여유없이 지낸다는 말일텐데 나는 그것이 슬프다. 독서에 정신을 쏟아야 할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내게 .. 어느푸른저녁 2009.01.03
...뿐이고 꼭 무언가를 써야겠다고(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생각한 건 아니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2008년의 마지막 날이었을 뿐이다.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는지 모른채 하루를 보냈고, 퇴근 길에 쓰레기더미 옆에서 먹다버린 통닭을 아작아작 씹고 있는 주인 없는 개의 모습을 보고 배가 고파.. 어느푸른저녁 2008.12.31
다행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어제 저녁에는 동생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고 타박을 하였다. 평소 집에 전화를 잘 하지 않는 성미여서 무심하다는 말을 많이 듣던 터였다. 집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만 어쩐지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게도 들지 않는다. 이건 .. 어느푸른저녁 2008.12.26
눈에 드리워진 숲의 그림자 지난 주말, 무척 추워진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눈이 올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올해들어 온 사방이 하얗게 쌓여있는 눈을 보지 못한지라, 눈이 온다는 말에 약간 설레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주말 내내 여전히 맑은 날씨였고, 기온이 제법 내려가긴 했으나, 당연하다는 듯 눈은 내리.. 어느푸른저녁 2008.12.23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1999.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12.22
처음 그 마음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그리도 힘든 일일까? 맨 처음 먹었던 그 마음이 이제는 봄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가물거리며 멀어져간다. 고작 다섯 달이 지나가고 있을 뿐인데. 이곳에 와서 일기장에 펜으로 꼭꼭 눌러 적었던 숱한 다짐들과 그때 느꼈던 낯선 감정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 어느푸른저녁 2008.12.20
형이에요, 어른이에요? 일요일 오후, J는 도서관의 어린이열람실에 앉아 있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아침 아홉 시 부터 저녁 여섯 시 까지 사람들이 서가에서 골라 온 책들을 대여해주고, 반납한 책들을 다시 서가에 갖다꽂는 것이었다. 일요일이라 아이들이 많았고 그래서 빌려가는 책과 반납한 책들이 넘쳐났.. 어느푸른저녁 2008.12.15
쓸쓸한 위로 모든 감정의 맨 밑바닥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슬픔이 아닐까? 한없는 기쁨도, 끝없는 절망도, 죽음같은 수치심과 불같은 증오와 차가운 고독도 모두 그 심연에는 슬픔이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세상은 슬픔으.. 어느푸른저녁 2008.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