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이룸, 2000. 2000년도에 나온 책이니까 벌써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읽어보고 싶었어도 읽지 못하다가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한창 몸에 대한 담론이 우후죽순 번질 때 나온 책이라서 유행이랄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대할 때의 느낌이 들었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것이 쓸데없는 생각이.. 흔해빠진독서 2008.11.04
유한하므로 그립다 단지 재미로, 예전 동창들의 싸이를 들어가 보았다가 마음만 심란해지고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그들과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그러므로 당연히 그들과 얽힌 특별한 추억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그리움인가? 설사 그리움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그들에 대한 .. 어느푸른저녁 2008.11.02
배수아, 《내 안에 남자가 숨어있다》, 2000, 이룸. 우리는 성적으로 명랑쾌활한 이탈리아인도 아니고 바커스의 축제에 참가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록 은밀한 감동에 떨었던 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감동을 우리 인생의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한다. 그러나 왜 언제나 반드시 완전무결해야 하는가. 또는 완전무결을 지향해야 하는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인정받을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는 자유롭게 비위생적이 되거나 비상식적이 되어도 된다. 그것은 완벽한 기호의 문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고 용서를 바랄 필요도 없다. 혹 그것 때문에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그의 몫이다. 그러나 그대, 고통 하나 없는 완전한 인생을 진정 원하는가? 상처 없는 관계를 원하는가? 하나의 비밀도 가지지 않기를 원하는가? 죽을 때까지 마음 아플 일이 없기를 바라는가?..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11.02
11월의 첫째날 추운 계절이 왔다. 자취생활을 하면서 아니, 혼자 생활하면서 많이 느끼는 것은 계절의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가족들과 함께 지낼때는 다달이 내는 공과금에서부터 겨울이 되면 보일러 기름까지 모두 어른들의 걱정일 뿐,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 어느푸른저녁 2008.11.01
이승우, 『그곳이 어디든』, 현대문학, 2007. 어렵사리 읽었다. 쉽게 읽히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기가 일쑤였다. 지루한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하는 묘한 흡인력이 있었다. 모순과 역설. 서로 시소를 타듯, 반대되는 혹은 비슷한 문장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말장난 같다가도 때때.. 흔해빠진독서 2008.10.28
이승우, 《그곳이 어디든》, 현대문학, 2007. 자연의 운동은, 엄격한 규칙과 질서를 내부에 숨긴 채 무질서와 무작위의 외양을 보인다. 반면에 사람의 손이 닿으면 아무리 무작위로 어지럽게 흩어놓은 것 같아도 어딘가 정연한 질서의 외양이 나타난다. 자연의 운동은 자연스럽지만 자연을 흉내 낸 인간의 운동은 자연만큼 자연스럽지 않다.(133~134쪽) * 감각이 날뛰는 한 누구도 평화로울 수 없는 법이다. 날카롭게 벼려질수록 성가신 것이 감각이다. 죽은 자가 왜 평화로운지 말 할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왜 성가신지도 대답할 수 있다. 감각은 살아 있다는 징표이면서 모든 불화들의 근거이다. 평화로운 자는 감각을 잃거나 버린 자이다. 살아 있는 채로 감각을 잃거나 버리는 일이 가능한가? 하고 질문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은 부..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10.27
핑계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낮에는 가을같지 않게 따뜻한 날씨였는데 어제 오늘은 약간 춥다고 느껴질 만큼 쌀쌀한 날씨였다. 단풍이 채 들기도 전에 겨울이 오는 것일까? 지난 월요일에 배달 된 전기매트를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틀었다. 온도를 낮게 틀어서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하면 괜찮은 듯 .. 어느푸른저녁 2008.10.25
술주정 사랑에 대해, 결혼과 결혼 후의 차갑게 식은 사랑과 관계의 지리멸렬함과 숨막힘에 대해 나는 다 아는 듯 이야기 하지만 정작 내가 아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인가. 진정으로 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나는 시니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나눈 몇몇 대화들에 .. 어느푸른저녁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