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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 《제비를 기르다》, 창비, 2007.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갖는 기대와 희망의 대부분은 알고 보면 타인에게 애써 요구하고 있는 것들이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상대를 객관적인 타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부모라고 하는 사람들이 또다른 타인인 자식들을 위해 출가를 시킨 뒤에도 다 늙어서까지 한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업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적어도 이미 윤리적 사명은 완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것을 일방적으로 의무로 평가하고 때로 가혹하게 폄하하고 더한 요구를 하게 될 때 그들 몫의 설자리는 그만큼 옹색하고 누추해지기 마련이다. - 윤대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