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누구는 사랑 때문에 약을 먹고 죽기고 하고, 죽이기도 하며, 헤어지기도 한다. 그 모든 일들,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저질러지는 일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나와 가까운,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내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은 사람의 결별소식과 그 상대방의 사망소식.. 어느푸른저녁 2008.08.30
고독, 이라는 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간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물론 그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실제로 시간이 빨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느낀다는 것뿐이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나이에 정비례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게해서 벌써 2008년 8월의 말미에 다다랐다. .. 어느푸른저녁 2008.08.23
가을을 기다리다 아직, 너무 성급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에는 가을의 기운이 느껴졌다. 집에서 반바지 밖에 가져오지 않는 나는 얇은 이불을 덮고 올 여름들어 처음으로 모든 문을 닫고 잠을 잤다. 자면서도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당기기를 반복했으며 일어나서는 찬물에.. 어느푸른저녁 2008.08.17
2008 이상문학상작품집 《권여선, 사랑을 믿다 외》, 문학사상사, 2008 그녀는 오지 않고 나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엄청난 위로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사랑이 보잘것없다면 위로도 보잘것없어야 마땅하다. 그 보잘것없음이 우리를 바꾼다. 그 시린 진리를 찬물처럼 받아들이면 됐다.(41쪽) - 권여선, 중에서 * 무엇인가가 완성되는 순간은 그것을 완전히 잃고, 잃었다는 것마저 완전히 잊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그 언저리를 헛짚는 순간이다.(76쪽) - 권여선, 중에서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08.17
바보상자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온 세계가 떠들썩하다. 그 와중에도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전쟁을 하여 많은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한쪽에서는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열리고 또 한쪽에서는 죽고 죽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지구요, 인간들임을 새삼 절감한다. 새로 이사를 오고 얼마 안되어 .. 어느푸른저녁 2008.08.16
울진 울진으로 이사를 온지 거의 이주일이 다 되었다. 물론 일 때문이다. 대학교 때 몇 달간 자취를 해본 것을 제외한다면 이십구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진정 홀로 살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있던 예천과는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바로 이 울진에서. 먼저 울진에 들어간 사람들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 어느푸른저녁 2008.08.13
사라지다 나를 감싸고 있던, 그리하여 나와 누군가 혹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던 보이지 않는 끈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예감하고 있던 것이었지만, 막상 닥치고보니 그러한 예감은 이 허허로운 심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안타깝고 서운한 느낌이 습기처.. 어느푸른저녁 2008.08.12
때로는 때로는 한없이 냉소적이고 싶다. 아니, 냉소적이라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 들어있는 것이므로 이렇게 말해야겠다. 때로는 한없이 무관심하고 싶다고. 어둔 밤을 밝히는 야성의 두 눈동자와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가벼움과 인간에 대한 한없는 무관심으로 무장한 저 검은 고양이처럼. .. 어느푸른저녁 200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