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가 아로새긴 숱한 인간흉상들은 모두 다르지만 같다. 남성과 여성을 분간할 수 없고, 속인과 승려를 가를 수 없으며, 환희와 비참도 나눌 수 없는 인간이다. 현실을 지워버린 채 꿈으로 가득 채운 그릇일 뿐, 거기엔 눈물도 피도 메마른 듯 그대로 잠들어버린 영혼의 선율만 흐른다. - 최열, 『권진규』 중에서 *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기도 전에, 저 책표지로 쓰인 흉상의 이미지에 매혹되었다. 그리하여 저 책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고만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사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결국 그것을 읽었다. 나는 그의 전시회를 가본 적이 없고, 가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의 작품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작품들-특히 사람 흉상의 테라코타-에 이끌렸다. 그 이끌림에 대해서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