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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

내 인생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음지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은밀한 형태이기는 하나, 그 무엇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느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미워할 줄 알며, 다른 사람들처럼 두려움을 느끼거나 감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사랑도 미움도, 나의 두려움도 감동도, 원래 모습과는 다르다. 어떤 특정 성분이 결여되었거나, 혹은 애초에 그것들에 속하지 않는 어떤 특정 성분이 들어가 있다. 어느 모로 보나 틀림없이 뭔가 다르고, 실제로 내가 가진 느낌 역시 삶 자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는다.(714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내가 종종 느끼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이와 비슷할까. 나와 내 삶, 내 삶과 나를 둘러싼 세계..

불안의서(書) 201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