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115

이터널스

이 모든 논란들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노이즈 마케팅인가? 어째서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이 이리도 많은지, 혹평에 대한 기사만 한가득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영화는 '마블' 영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블에서 나오는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다 고만고만한 액션과 유머와 흥겨움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건 자기 복제와 무엇이 다른가? 모든 것을 다 비슷하게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애초에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터널스를 보러가면서 어벤져스를 기대한 것일까? 이것은 클로이 자오 감독이 만든 라는 영화인 것이다. 물론 그들의 기대감과 실망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는 있다. ..

봄날은간다 2021.11.07

* 영화의 마지막, 폴과 그의 어머니 제시카가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맨들의 주거지로 마침내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샤이 훌루드(거대한 사막벌레)를 타고 다니는 프레맨들을 보면서 놀란 폴에게 챠니가 말한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그래, 정말 이건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그 시작은 정말이지 창대하지 않은가! 그 창대한 시작을 직접 목도하게 되어서 감격이랄밖에.

봄날은간다 2021.10.24

미드소마

의 아리 에스터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를 보았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만약 못 보고 지나갔다면, 상당히 독특한 공포영화 한 편을 놓칠 뻔했다. 우연찮게도 최근에 본 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플로렌스 퓨가 주인공 '대니'역을 맡았다. 감독의 전작인 은 상당히 '어둡고' 독특하면서도 섬뜩한 공포영화였다면, 는 상당히 '환하고(?)' 독특하면서도 섬뜩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스웨덴의 외딴 마을에 종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축제에 대니와 친구들이 참여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백야와 이단적인 종교의식이 이방인들의 눈에는 낯설게만 보이는데, 그것이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

봄날은간다 2021.08.30

블랙 위도우

* 내가 생각했던 바는 아니었으나, 딱히 나쁘지는 않았다. 처음, 이 영화가 그리 끌리지는 않았는데, 그건 블랙 위도우가 매력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의 최후가 어땠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그의 죽음을 보았다. 그건 아쉽지만 아쉬운 대로 나름 완벽한 결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너무나 완벽해서 인위적인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깊은 죄의식을 가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를 너무나도 손쉽게 결정지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건 나만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언맨의 죽음만큼이나 블랙 위도우의 죽음 또한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았다. 에서 블랙 위도우는 그렇게 슬퍼할 틈도 없이 불쑥 사라져 버렸으니. 그래서였..

봄날은간다 2021.08.17

랑종

* 예고편을 보고 어찌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예고편을 보고 어찌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무당이 접신하듯, 어떤 필연적인 이끌림에 의해 이 영화를 보았다. 어쩌면 기대 이상의 공포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동안 너무나도 공포스럽지 않은 공포영화만을 질리도록 보지 않았나. 영화가 삼 분의 이 이상이 흘러갔을 때, 나는 불현듯 알 수 없는 구토감을 느꼈다. 영화관에는 나를 포함하여 대여섯 명의 사람밖에 없었고, 에어컨 때문에 시원하기까지 했다. 갑작스러운 구토감이 치미는 것은 어쩌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그리고 영화를 계속 보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간헐..

봄날은간다 2021.07.27

스위밍 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권유로 차기작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사장의 별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딸이라고 하는 젊은 여인(줄리)를 만나게 되고, 혼자, 조용히 영감을 얻으며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갔던 별장에서의 생활이 그녀의 돌연한 출연으로 인해 방해를 받기 시작한다. 엄격하고 조용함을 원하는 영국인 사라와 자유분방하고 눈치보지 않는 프랑스인 줄리의 기묘하고도 아슬아슬한 동거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영화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건 알았지만, 영화 초반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갖지 못했다. 영화는 중반까지 주인공 사라와 편집장의 딸인 줄리의 티격태격하는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

봄날은간다 2021.06.20

블레이드 러너 2049

* 2017년에 개봉했으니 햇수로 4년 만에 이 영화를 보았다. 1편에 해당되는 가 1993년에 개봉했으나 나는 당연하게도(?) 보지 못했다. 를 보지 못했으니, 속편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궁금할 리가 없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이 영화가 궁금했다. 보고 싶었다. 속편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감독의 전작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어쩌면 뉴스 기사나 텔레비전에서 언급되는 SF의 고전이라 일컫는 를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속편인 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의 이름을, 최근에 그가 감독했지만 아직 개봉하지 않은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고. 또한 라는 이름으로 1984년에 영화화된 적이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렇듯, 전작을 보지 못했거나, ..

봄날은간다 2021.05.30

올란도(Orlando)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를 보았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이 영화를 봐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생각만 하고 있다가 우연히 올레티비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VOD로 올라와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무료로! 그래서 내 오랜 열망은 너무나 쉽게 실현되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우선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 소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책을 먼저 읽는게 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각인시켜주는 영화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칠 수 있는 활자를 먼저 읽는 게 영화를 감상하는데도 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책을 읽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일이고, 우선 나는 틸다 스윈튼의 올란도를 보고 싶은 ..

봄날은간다 2021.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