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118

스위밍 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권유로 차기작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사장의 별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딸이라고 하는 젊은 여인(줄리)를 만나게 되고, 혼자, 조용히 영감을 얻으며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갔던 별장에서의 생활이 그녀의 돌연한 출연으로 인해 방해를 받기 시작한다. 엄격하고 조용함을 원하는 영국인 사라와 자유분방하고 눈치보지 않는 프랑스인 줄리의 기묘하고도 아슬아슬한 동거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영화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건 알았지만, 영화 초반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갖지 못했다. 영화는 중반까지 주인공 사라와 편집장의 딸인 줄리의 티격태격하는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

봄날은간다 2021.06.20

블레이드 러너 2049

* 2017년에 개봉했으니 햇수로 4년 만에 이 영화를 보았다. 1편에 해당되는 가 1993년에 개봉했으나 나는 당연하게도(?) 보지 못했다. 를 보지 못했으니, 속편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궁금할 리가 없는데도 나는 이상하게 이 영화가 궁금했다. 보고 싶었다. 속편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감독의 전작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어쩌면 뉴스 기사나 텔레비전에서 언급되는 SF의 고전이라 일컫는 를 기억 속에 저장해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속편인 의 감독인 드니 빌뇌브의 이름을, 최근에 그가 감독했지만 아직 개봉하지 않은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고. 또한 라는 이름으로 1984년에 영화화된 적이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 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렇듯, 전작을 보지 못했거나, ..

봄날은간다 2021.05.30

올란도(Orlando)

틸다 스윈튼 주연의 영화 를 보았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도무지 어떻게 이 영화를 봐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생각만 하고 있다가 우연히 올레티비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보니 VOD로 올라와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무료로! 그래서 내 오랜 열망은 너무나 쉽게 실현되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우선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 소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책을 먼저 읽는게 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각인시켜주는 영화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칠 수 있는 활자를 먼저 읽는 게 영화를 감상하는데도 더 낫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책을 읽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일이고, 우선 나는 틸다 스윈튼의 올란도를 보고 싶은 ..

봄날은간다 2021.04.21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보고 있으면 나른해지는, 뱀파이어 영화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무려 아담과 이브다. 수천 년을 살았음직한 뱀파이어들. 이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하나의 은유로 쓰인다. 인간에 대한 혐오(아담은 인간들을 '좀비'라고 부른다)와 예술에 대한 찬미. 뱀파이어들이 오래 살면 그 두 가지만 남게 되는 것일까? 듀나의 말처럼, '이 영화의 나른한 탐미주의는 빈약한 스토리를 덮기 위한 위장이 아니라 내용 자체'로 보인다. 듀나는 그것을 '자뻑'이라고 표현했는데,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것을 마치 즐기는 듯하다. 지루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들의 자뻑을 나름 즐긴 탓이리라. 나른하고 우아하며 아름답고 때론 고결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들도 결국 본능 앞에서 어쩔 수..

봄날은간다 2021.03.05

해피 투게더

그 영화를 본 것도 같고 안본 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처음에 왕가위 감독의 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새로이 개봉된다고 했을 때도, 그래서 요즘 시대에 영화관에서는 무슨 영화를 개봉하고 있나 궁금해서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보았을 때만 해도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에만 있는 생활이 슬슬 지겨워져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과 마침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가 재개봉 되었다는 소식이 겹쳐져,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영화표를 예매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정말 이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영화 속 장면들과 노래가 언젠가 한 번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생각은 ― 내가 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그동안 텔레비전의 숫한 영화 소개..

봄날은간다 2021.02.08

뉴 뮤턴트

* 개봉하기까지 무척이나 사연이 많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개봉일이 계속 미뤄지는게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심지어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루머도 돌았으니), 개인적으로는 어벤져스 시리즈보다는 엑스맨 시리즈를 더 좋아하는데다, 예고편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이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루머와 개봉 후 들었던 혹평에도 불구하고 내심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9월에 개봉했을 때는 반갑기까지 하였는데, 극장에 가서 볼 기회를 놓쳐서 나중에 VOD로 풀리겠거니 생각하며 잊고 있던 차에 올레TV에 이 영화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런걸 시간의 혜택이라고 해야할까? 지금으로서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등의 감정들이 다..

봄날은간다 2020.11.21

뮬란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물론 영화관에 가서 본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이었는데, 올해 초에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오래 전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집에서도 최근에 개봉한 영화들을 볼 수 있으니 굳이 갈 마음도 들지 않는다. 물론 극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것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의 경우, 처음에는 극장에서 보고 싶었으나, 집에서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에 안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봉 전 많은 구설에 올랐던 영화이기도 하고, 개봉하고 나서도 그리 평이 좋지 않았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정말 오래 전에 보았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애니메이션 이 훨씬 나았다는 생..

봄날은간다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