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를 찾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아, 그렇다, 삶이 고통이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리고 삶을 생각하는 것 역시 고통이 아니다. 진실은 이렇다. 우리가 고통을 진짜 괴로운 것으로 생각할 때만 고통은 진짜 괴로운 것이 된다. 그저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어느 날 고통은 우리를 찾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슬쩍 우리를 떠.. 불안의서(書) 2017.02.24
어떤 응시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그 어떤 법칙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그들은 매일같이 진술되고 망각되는데, 그들을 데려온 불가사의가 그들을 다시 데려가 비밀을 망각으로 바꾸어버린다. 설명될 수 없는 사물은 반드시 망각으로 귀결된다는, 바로 그 법칙이다. 눈에 보이는 .. 불안의서(書) 2016.12.25
꿈의 개론 나는 독서만한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거의 읽지 못한다. 책은 꿈의 개론인데, 자연스럽게 그리고 얼마든지 꿈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 개론은 필요가 없다. 독서란 나에게는 자신을 망각하는 일인데,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이성이나 상상력이 논평을 다는 통에 .. 불안의서(書) 2016.12.12
다른 꿈의 풍경 우리가 꿈꾸는 풍경은 우리가 보았던 풍경의 안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권태만큼이나 권태롭다.(688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보았던 안개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꿈꿀 수 .. 불안의서(書) 2016.12.03
삶의 경악 모순의 문장으로 사고하면서 소리가 아닌 소리로, 색채가 아닌 색채로 말한다. 우리가 의식을 갖지 않을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인 것은 우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해가 불가능한 그 내용을 이해한다. 그 역시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이 모두를 사물의 영적인 .. 불안의서(書) 2016.11.06
오늘의 나, 내일의 존재 이것은 내가 오늘 오후 믿고 있는 생각이다. 내일 아침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 있다. 내일 아침에 나는 또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는 모른다. 내일의 일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내일의 존재가 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믿고 있는 영원한 신.. 불안의서(書) 2016.10.07
허무와 망각의 단역배우 생각하지 않는 자는 행복하다. 우리가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힘들게, 우리의 피와 살이 아닌 사회적인 관련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는 것을 그들은 생명 본연의 특성으로 즉각 본능적으로 실현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닮은 자는 행복하다. 우리는 죽도록 힘들게 살지만 그들은 편하기 때.. 불안의서(書) 2016.09.13
죽음이 우리를 잠에서 깨우게 될 것인가 언제인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사색과 관찰을 처음 시작한 이후로 나는 인간들이 진리를 모르며, 삶에서 무엇이 정말로 중요하며 삶의 가치를 좌우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마친가지로 나는 알아차렸다. 인간과 동물의 유일한 차이는 자기기만과.. 불안의서(書)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