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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클레지오, 《조서》, 민음사, 2001.

성가셔진 자신의 육체에 대한 감각은 사소한 일들을 증폭시켜 그의 존재 전체를 고통으로 가득한 괴물 같은 대상으로 만들었고, 그때 살아 있다는 의식은 그저 물질에 대한 짜증스러운 인식일 뿐이었다. * "내가 뭘 바라는지 아세요? 난 사람들이 날 가만히 내버려두었으면 해요. 아니, 어쩌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닐지도 몰라요…… 난 많은 것을 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닌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나보고 하라고 하는 일. 내가 여기 왔을 때, 간호원들이 내게 얌전히 굴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내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난 얌전히 굴거예요. 죽는 것, 아뇨,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말이죠, 죽는다는 건 분명 그다지 휴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그건 마치 태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