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나는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뭐? 아직 자전거를 못 탄다고? 여태껏 그것도 안 배우고 뭐했냐?”는 식이다. 단 한번도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자전거를 못타는 것이 큰 죄라도 된다는 말일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 어느푸른저녁 2007.07.29
무라카미 하루키, 《어둠의 저편》중에서 "뭔가를 진짜로 창조하는 것이란,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건데?" "글쎄…… 사람들에게 음악을 마음속 깊이 전달되게 해서, 내 몸도 물리적으로 얼마간 스스륵 이동하고, 그와 동시에, 듣는 사람의 몸도 물리적으로 스르륵 이동하게 하는 것. 그렇게 창작자와 감상하는 자 사이에 공유적인 상태를 낳.. 기억할만한지나침 2007.07.28
장정일, 《생각》중에서 용기 "나도 랭보가 될 수 있었는데…." 하고 푸념을 한다. "…하지만 나는 랭보 같은 용기가 없었다"고 자책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두 권의 시집을 내고 직장을 찾아야 했다. 시작을 끝내는 것과 함께 글쓰기에서 손을 씻어야 했다. 랭보처럼 글을 잘 썼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랭보처럼 글쓰는 일로부터 깨끗이 떠날 수 있었는데도 떠나지 못했다는 푸념과 자책이 오늘까지 나를 괴롭힌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변한 졸업장도 없다. 배운 기술이라곤 글쓰기 뿐.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절필할 때 하지 못하고 글판에 어기적거리다가 감옥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절필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용기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 랭보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는지 혹은 졸업장이 많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 정체성 탁.. 기억할만한지나침 2007.07.26
하찮은 일 장정일의 <생각>이란 책을 읽고 있으니 문득 시를 읽고 느낌을 쓰는 행위가 무척이나 저급하고 하찮은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누가 무안을 준 것처럼 책을 읽는 동안 얼굴이 좀 붉어졌다. 물론 그 말은 자신의 시를 돌보는 것에 주력하지 않고 타인의 시를 수집해서 간단한 느낌만을 덧붙여 시선.. 어느푸른저녁 2007.07.25
기시 유스케, 『검은집』을 읽고 얼마전 개봉한 영화 <검은집>의 원작이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서 대충 어떤 내용일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다. 공포스러운 내용을 재밌다고 표현하는 것이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보험 때문에 친 자식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사이코패스의 묘사가 무척이나 섬뜩.. 흔해빠진독서 2007.07.16
윤대녕, 『눈의 여행자』를 읽고 이것은 눈에 관한 소설이다. 눈을 찾아 여행을 하게 되는 어느 소설가의 이야기. 어느 날 그(소설가인 주인공)는 에이전시로부터 소포를 하나 받게 된다. 그 소포엔 숫자놀이 책과 몇 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는데, 일본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자신은 재일교포이며, 그의 소설의 독자라고 밝힌 소포의 발신.. 흔해빠진독서 2007.07.15
윤대녕, 《눈의 여행자》중에서 나라는 존재도 이 무량히 퍼붓는 눈송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몰라도 다 함께 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함께 쌓여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내가 한 송이 눈이 되어 떠돌 때 가슴에 품고 있는 상처나 고통.. 기억할만한지나침 2007.07.13
돌아와 두껍아! 예전에 우리 집에 두꺼비가 살았다. 평소엔 감쪽같이 몸을 숨기고 있다가 비만 오면 마당 한가운데 나와 제 안방마냥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에, 집을 드나들때마다 우리 식구 모두 화들짝 놀라곤 했었다. 특히나 비오는 밤의 두꺼비는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였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크.. 어느푸른저녁 2007.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