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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의 소설집, 를 읽었다. 예전에 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김경욱의 소설이다. 모두 열두 편의 소설이 들어있는데, 물론 그 짤막한 소설들의 줄거리를 다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열두 편의 소설의 모든 줄거리를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기억, 하니까 생각났는데, 비단 이 소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소설, 특히 단편 소설집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쓰려고 하면 어떻게 써야 할지 멍해지곤 한다. 장편소설이야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나마 쓰기에 편한데, 단편 소설이 묶여져 있는 소설집은 다 읽고 나서도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니까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건 내가 소설의 줄거리를 모조리 다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흔해빠진독서 2007.06.07

김경욱 소설집,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중에서

결국 단 한 번뿐인 삶이 미욱한 영혼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프로그램이 무엇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극장에 갔다는 사실 자체이듯, 소중한 것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는 것. 살아서, 떠나온 어떤 거리와 그 거리를 떠돌던 열망과 절망의 공기와, 그 혼란스럽던 공기를 함께 들이켰던 10년 전의 어떤 얼굴들을 떠올리는 것. 아득하게 떠올리는 것. 삶을 삶이게 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 김경욱 단편, 중에서

파트릭 모디아노,《슬픈 빌라》중에서

세월이 이 모든 것을 여러 가지 다른 색깔로 뒤섞여 있는 안개 같기도 하고 수증기 같기도 한 것으로 뒤덮고 말았다. 때로는 희끄무레한 초록빛, 때로는 약간 분홍빛이 나는 푸른색으로 그 추억들은 채색되어 있다. 수증기……아니다. 차라리 모든 소리를 감싸 들리지 않게 하고 도저히 찢어버릴 수 없는 투명한 장막 같은 것이어서 나는 그것으로 가려진 이본느와 맹트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행여나 그 장막으로 해서 그들의 실루엣마저 사라져버리고 이제 그들에 대한 추억의 한 조각마저도 잃어버리게 될까봐 조바심이 난다……. * 그러나 모든 것에 대해 방임하는 나의 태도는 사실은, 움직임에 대한 공포, 흘러 사라져버릴까봐, 바뀌어버릴까봐,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 한쪽이 벌써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