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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아르헨티나 할머니》중에서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옛날에 둘이 옥상에서 내가 사온 참깨 과자를 먹을 때, 유리 씨가 내게 물었다. 아빠는 장 보러 가고 없었던 것 같다. 화창한 5월, 동네 여기저기에서 잉어 드럼이 팔랑팔랑 헤엄치고 있었다. 그때 먹었던 과자의 참깨 맛을, 그때 마셨던 우유의 시원한 맛을 지금도 분..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중에서

... 사람이 젊어서 시를 쓰게 되면, 훌륭한 시를 쓸 수 없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意味)와 감미(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고(사실 감정은 일찍부터 가질 수 있는 거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는 수많은 도시들, 사람들, 그리고 사물들을 보아야만 한다. 동물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새들이 어떻게 나는지 느껴야 하며, 작은 꽃들이 아침에 피어날 때의 몸짓을 알아야 한다. 시인은 돌이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지역의 길, 뜻밖의 만남, 오랫동안 다가오는 것을 지켜본 이별,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유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