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읽고 자유. 그것은 음악과도 많이 닮아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두 단어는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녀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만큼은 자유는 곧 음악이었고 음악은 곧 자유, 그 자체였다. 음악적 자유, 혹은 자유로운 음악. 하나의 빗방울이 다른 빗방울 위에 겹쳐져 이루어진 .. 흔해빠진독서 2005.06.25
21세기 종자론 "그건 종자가 다르기 때문이야." 라고 그가 말했다. 우리는 그때, 개나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가 말하길, 자기가 만난 사람 중에는 결코 자신과 친해질 수 없고, 친해지고 싶지도 않으며, 음악이나 미술 따위의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하고 오.. 어느푸른저녁 2005.06.24
상큼하고, 신선하고, 새롭고, 생생한, 그 무엇. 지루했던 시험이 끝났다. 오늘은 , 시험 치고 난 후에 몰려오는 특유의 허무감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다 결국 어둑한 도서관에 들어갔다. 도서관은 그 밀폐된 공간에서 나오는 은밀함과 오래된 책의 냄새로 인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는 생각을 하며 취한 듯 이.. 어느푸른저녁 2005.06.16
여자, 정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문득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베란다 한 가득 식물들을 키우고, 점심은 늘 가던 식당만 가고, 우체국에서 일을 하며, 속눈썹이 자주 떨어져 얼굴에 붙고, 말이 별로 없는 여자, 정혜의 일상이. 그녀를 비추는 카메라는 잔잔히 흔들리다가도 때론 격렬해지.. 봄날은간다 2005.05.29
어제 - 박정대 어제 - 박정대 어제는 네 편지가 오지 않아 슬펐다, 하루 종일 적막한 우편함을 쳐다보다가 이내 내 삶이 쓸쓸해져서, <복사꽃 비 오듯 흩날리는데, 그대에게 권하노니 종일 취하라, 劉伶도 죽으면 마실 수 없는 술이거니!>, 李賀의 <將進酒>를 중얼거리다가 끝내 술을 마셨다, 한때 아픈 몸이야.. 질투는나의힘 2005.05.27
아무도 모른다 처음엔 단순히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사실만 알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이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족들을 찍은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리얼한 그들의 연기에 감.. 봄날은간다 2005.05.26
달맞이꽃 - 이정록 달맞이꽃 - 이정록 마루에 앉아 알 껍질을 벗긴다 노른자가 한가운데 있질 않다 삶기 전까지 끊임없이 꿈틀거린 까닭이다 물이 끓어오르자 껍질 가까이로 목숨을 밀어붙인 보이지 않는 발가락과 날갯죽지 그 힘줄과 핏빛 눈망울과 미주알을 생각한다 그 옛날 어미의 뱃속 또는 훨씬 이전의 꿈틀거림.. 질투는나의힘 2005.05.22
도서관의 지하의 거대동굴 제목이 뭐였더라... 아무튼, 하루키의 단편 중에 주인공이 도서관을 통해서 거대한 모험에 빠지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다. 도서관 지하에 거대한 동굴이 있고 그 입구엔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씌여져 있다 그 동굴 안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아래로 내려가는 좁고 기나긴 계단이 있다. 그 계단.. 어느푸른저녁 200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