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그는 특유의 싹싹함으로 무장하고 친절함과 미소를 무기로 나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나는 그 앞에서 드러난 알량한 자존심에 기분이 상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에 어떤 이유가 있을까마는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그의 친절함이 싫다 해맑은 웃음이 싫다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첫눈 같은 날씨가 흐린 날은 하얀 눈 생각이 간절합니다. 첫눈 같이 맞을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첫눈이 기다려지는 것은 제가 아직 덜 큰 탓일까요. 아니면 첫눈을 기다리는 그 설레임이 좋기 때문일까. 문득 첫눈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첫눈같이 하얀 그리움이었으면 첫..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커피 한잔 오늘이 벌써 입동이군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고 돌진하는 잔인한 병사와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냉철함과 차가움은 곧 다가올 겨울이란 계절과도 닮아있는 것 같아요. 커피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오늘은 왠일인지 커피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더군요. 그래.. 어느푸른저녁 2005.03.20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면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과, 네가 나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서로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하는 말이 너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너의 그 상처가 나에게 다시 상처를 주고 우리의 상처가 커져 갈수록 우리 사이의 말은 사라..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일기를 쓴다는 것, 혹은 일기 쓸 일이 없다는 것 책상 깊숙한 곳에 고이 넣어놓았던 일기장을 꺼내본다.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날이 언제였더라, 날짜를 가늠해보며 지난 내 일기를 훑어 본다. 무엇이 그리 답답하고 서러웠던 것인지 온통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다. 쓰레기통에 쳐넣어도 좋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 생각의 배설물들. 하지만 .. 어느푸른저녁 2005.03.20
핸드폰 유감 며칠 전 까지만 해도 핸드폰이 없던 내가 핸드폰을 구입했다. 남들은 다들 '드디어'라든가 '이제서야'라는 말을 강조하며 원시시대(?)에서 탈출한 것을 축하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동안 핸드폰 없이도 잘 생활해왔고 그닥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느푸른저녁 2005.03.20
사랑의 비밀(소리굽쇠의 공명에 대하여) 예전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소리굽쇠에 대해서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소리 굽쇠는 저마다 일정한 파장의 공명을 가지고 있는데, 두 개의 소리 굽쇠를 쳐서 너무 가까이 맞대면 파장이 일그러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서로에게 아무런 파장도 일으키지 못하게 되죠... 어느푸른저녁 2005.03.20
한밤의 귀뚜라미 음악회 이제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습니다. 지금은 처서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 뜨거운 여름 속에서도 가을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제 저녁에는 잠이 안와서 낮에 읽다 덮어둔 소설책을 펴들었어요. 시간은 자정이 훨씬 넘어 있었고 창은 모두 열어놓은 상태였죠. 한 두줄 읽었을까, 순간 .. 어느푸른저녁 200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