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 하루가 끝날 때, 우리 안의 그 무엇이 허무한 고통이란 형태로 끝이 나는지. 우리가 단지 그림자들 사이의 허상에 불과한지. 현실이란, 충격으로 깨어지기 전까지는 호수 위 갈대밭에 야생오리 떼가 내려앉지 않는 거대한 침묵에 불과한지.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조차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단지 해초만이 가득하다. 미래의 하늘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다가온다. 잔잔한 미풍 속에서 불확실성이 서서히 열리며 별이 나타난다. 고립된 사원에서 신에게 봉납된 횃불이 흐릿하게 펄럭인다. 버려진 농장의 저수자가 햇빛 속에서 고요하게 정지한 호수로 변한다. 그 누구도 한때 나무둥치에 새겨졌던 이름을 더 이상 알지 못한다. 모르는 자들의 특권이 아무렇게나 찢어발긴 종잇조각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