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언제부터인가 글을 구구절절 길게 쓰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렸을 때는 책이 조금만 두꺼우면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그래서 조금만 호흡이 긴 글을 읽으면 그만큼 길게 심호흡을 하고 겨우 읽고는 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산문과 비교해서 단순히 짧다는 이유만으로 시를 읽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어서, 어떤 시인의 시집을 읽기 전에 그 사람의 산문집을 먼저 읽는 버릇 또한 생겼습니다. 릴케가 그렇고, 잉게보르크 바하만이, 페르난두 페소아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여기, 그 목록에 추가해야 할 한 명의 작가가 더 생겼습니다. 이름은 박준, 책의 제목은 . 박준이라고 하는 시인의 은 참으로 감성적인 언어들로 쓰인 따뜻하고 아름다운 산문집이었습니다.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은 일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