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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바깥은 여름》, 문학동네, 2017.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가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했다.(21쪽, 「입동」) *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었다.(42~43쪽, 「노찬성과 에반」) * 나는 나무에 그려지고 돌에 새겨지며 태어났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올빼미의 울음』, 오픈하우스, 201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마 멧 데이먼과 주드 로가 주연한 영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어째서인지 라는 영화가 기억에 남아 있고, 그 영화의 원작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라는 사실 또한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최근에서야 나는 그녀의 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어째서 가 아닌가? 이상하게도(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라는 소설의 제목에 더 흥미가 생겼다. 어쩌면 배수아의 이라는 소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두 소설은 전혀 관련이 없지만, '올빼미'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마치 그 두 소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이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마치 필연적인 선택처..

흔해빠진독서 201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