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내 생애 가장 넓고 밝고 높은 방이었다. 그 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는 좋아했다. 정전이 잦은 저녁 어스름에 촛불을 켜놓고 방 안과 방 밖이 같은 밀도의 어둠으로 물드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이 좋았다. 아침마다 동쪽 창 아래 놓은 침대에 누워 눈은 뜨지 않고 정신만 뜬 채로 햇빛에 오래 몸을 담그고 있던 순간도 좋았다.(86쪽, 김미월, ) * 몽골에 도착하고 나서 한동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계획하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않고 반성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위안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경이로운 날들이었다. 나는 하루에 마흔여덟시간을 가진 사람처럼 살았다. 천천히 먹고, 오래 자고, 천천히 생각하고, 이따금 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