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당나귀들》중에서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데, 적어도 그래야만 하는데, 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고백하자면, 단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난 지금 한 마리 당나귀야. 그 사실을 인정해야만 나는 내 존재에 대해서 계속해서 사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거야. 내 생각은 거기서부터 나왔어. 그래, 네 말대로 그것은 몽상의 시작이야. 그러나 나는 삶이 몽상에서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분리될 수 있다는 네 생각에는 찬성할 수 없어.(33쪽) * 음악에는 구체적 선율 이외의, 내재적 개성이라고 할 만한 독특한 울림이 있는데,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듣는 자가 자신을 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음악을 듣는다. 집중할 수도 있고 또 그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