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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문학동네, 2009.

우선 내가 김연수의 소설들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과 , 를 읽고 나는 그의 소설들은 재미없고, 현학 취미로 가득찬, 별 감동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물론 몇몇 예외도 있었다).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 아니라 머리로만 쓴 소설들이라고. 한 번 형성된 편견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한 오래도록 지속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김연수란 그런 재미없는 소설만 쓰는 작가로 인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뭐, 한 명의 어리숙한 독자가 그리 생각한다고 해서 그가 쓴 소설의 재미와 감동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내가 얼마나 그의 소설을 오해하고 있었던가 생각하니 스스로 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새삼 그의 소설이 재미있다고 말하고 있으려니 낯이 좀 뜨거워지기도 하고. ..

흔해빠진독서 201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