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아, 《북쪽 거실》, 문학과지성사, 2009.
네가 그곳에 있고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과, 네가 그곳에 있고 내가 외국에 머문다는 사실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실제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그것이 파생시킬 수도 있는 온갖 가능한 가상의 거리들에 관해서 생각을 해보았는데, 일시적인 결론은 편지, 편지를 쓸 수 있으며, 내가 외국에 있으면 너에게 더욱 많은 편지를 쓸 수 있으리라는 것, 그렇게 되리라는 것, 그렇게 될 수밖에 없고 너에게 더 많은 것을 편지로 얘기해줄 수가 있으며 내 안에서 더 많은 편지들이, 편지들로 태어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억누를 수 없는, 지나가는 순간들까지도. 오직 찰나의 기억만을 허용하고 사라져가는 순간들까지도. 우리가 떨어져 있지 않았다면 결코 너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할 수 없었을 그런 순간들을.(19쪽) * 글을 쓴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