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중에서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 번뿐이라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4.05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현대문학, 2006. 나는 자꾸만 어머니 릴핀느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죽으면 화장해서 유골을 이 정원에 뿌려달라고 했다. 제 어머니를 불태운다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불태우는 것이고 자기 자신의 유년시절을 불태우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데는 이기심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 너 자신에 대하여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3.22
알베르 카뮈, 《이방인》, 책세상, 2008. 너의 신념이란 건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한 가치도 없어.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너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2.14
장 그르니에, 《섬》, 청하, 1996.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은 ― 어쨌든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 자신의 가장 내밀한 곳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끊임없이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31쪽) * 동물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동물들이 잠자듯 엎드려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2.08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테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1.27
유성용, 《여행생활자》, 갤리온, 2007. 여행은 모순이다. 자유 속에서 생활을 꿈꾸는 아둔한 우여곡절이다. 여행의 길은 그저 멀어서 먼 길이 아니고 길을 알면서도 스스로 나아가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그 길은 절대의 빛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동서남북이 없는 눈부신 환한 빛 속에서 어둠을 조적해서 쌓아가는 제 속의 길이다. 여행은 드러냄이 아니고 숨김이다. 함부로 생활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커다란 비밀을 제 속에 품을 때까지 제 몸을 숨기면서 가야 하는 길인지도 모른다.(172쪽) * 전깃불을 처음 본 가난한 소년은 그날따라 별들이 낮게 떠 있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시인의 유년시절을 떠올려 봐도 별들이 왜 아름다운지, 가난이 왜 아름다운지 나는 설명할 바가 없다. 하지만 나는 늘 그들 곁에 살고..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1.03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예담, 1999.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의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너는 묻고 싶겠지. 초벌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스케치가 유화가 되듯, 최초의 모호한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12.22
배수아, 《부주의한 사랑》, 문학동네, 2003. ……어쩌면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이 세상 모든 과거는 내 그림자에 비쳐지는 희미한 거울의 뒤편일 수도 있다.(98쪽) * 그들은 몰랐다. 내가 언제나 밤이면 쓸쓸하게 바람 부는 어두운 강가에 홀로 서 있었다는 것, 그리고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다가오는 지진. 기억 이전에 있는 고통스러운 .. 기억할만한지나침 20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