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모순이다. 자유 속에서 생활을 꿈꾸는 아둔한 우여곡절이다. 여행의 길은 그저 멀어서 먼 길이 아니고 길을 알면서도 스스로 나아가서 길을 잃고, 멀리 돌아가야 하는 먼 길이다. 그 길은 절대의 빛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동서남북이 없는 눈부신 환한 빛 속에서 어둠을 조적해서 쌓아가는 제 속의 길이다. 여행은 드러냄이 아니고 숨김이다. 함부로 생활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커다란 비밀을 제 속에 품을 때까지 제 몸을 숨기면서 가야 하는 길인지도 모른다.(172쪽) * 전깃불을 처음 본 가난한 소년은 그날따라 별들이 낮게 떠 있다고 생각했다. 가난한 시인의 유년시절을 떠올려 봐도 별들이 왜 아름다운지, 가난이 왜 아름다운지 나는 설명할 바가 없다. 하지만 나는 늘 그들 곁에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