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278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중에서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 그들은 어느날 무(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누가 알겠는가? 우리는 어쩌면 마침내 증발해버릴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창유리를 뒤덮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내 상상력의 테두리 안에는 이미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비둘기랑 분수랑 잔디랑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녀가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풍경을 무심코 바라보고 있는 동안, 이 며칠 사이에 처음으로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다음에 어떤 세계로 가는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내 인생의 장미빛 광채가 전반인 35년 동안에 93퍼센트나 다 쓰여 닳아 없어졌다 해도, 그것은 그대로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나머지 7퍼센트를 소중히 끌어않은 채 이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어디까지고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왠지는 알수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하나의 책임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확실히 어떤 시점부터는 나 자신의 인생이나 삶의..

파울로 코엘료,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하지만 사랑은 늘 새롭다. 생에 한 번을 겪든 두 번을 겪든 혹은 열 번을 겪든 사랑은 늘 우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한다. 사랑은 우리를 지옥에 떨어뜨릴 수도 있고, 천국으로 보낼 수도 있다. 사랑은 늘 어딘가로 우리를 인도한다. 우리는 그저 그걸 받아들일 뿐이다. 만일 우리가 생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