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나도 랭보가 될 수 있었는데…." 하고 푸념을 한다. "…하지만 나는 랭보 같은 용기가 없었다"고 자책한다. 민음사에서 나온 두 권의 시집을 내고 직장을 찾아야 했다. 시작을 끝내는 것과 함께 글쓰기에서 손을 씻어야 했다. 랭보처럼 글을 잘 썼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랭보처럼 글쓰는 일로부터 깨끗이 떠날 수 있었는데도 떠나지 못했다는 푸념과 자책이 오늘까지 나를 괴롭힌다.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변변한 졸업장도 없다. 배운 기술이라곤 글쓰기 뿐.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되었고, 절필할 때 하지 못하고 글판에 어기적거리다가 감옥까지 가게 됐다. 하지만 절필하고 말고는 전적으로 용기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 랭보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는지 혹은 졸업장이 많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 정체성 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