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순간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것은 하나의 순간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많은 순간들이 되었다. 글은 모든 순간에 있었다. 나는 글과 함께 있었다.(8쪽) * 그의 여행가방은 그 자체로 작은 도서관이다. 명목상으로는 여행중에 읽게 될 책들, 하지만 대부분은 읽는다는 직접적인 필요보다는 여행지인 장소에 어울린다고, 그러므로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고 느끼는 책들이다.(11쪽) *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연인』을 다시 읽었다. 책표지는 장자크 아노의 필름 한 장면이었다. 속표지에서 번역자의 이름을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에 취리히에 있는 R에게 편지를 썼고, 베를린의 책장을 뒤지다가 우연히 당신이 번역한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