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기억들은 도무지 떠오르지 않고, 그저 무심히, 평범하게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불현듯 생생히 떠오를 때가 있다. 한때 나와 함께 숨을 쉬며 내 곁에 영원히 머물 것처럼 여겨지던 사람들은 모두 사소하고도 특별할 것 없는 기억으로 내게 남겨졌다. 그들과 함께 했던 많은 추억들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은 그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집을 나설 때, 우연히 뒤돌아본 풍경 속에 나를 바라보며 서 있던 그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장면이지만 '우연히' 각인되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짐짓 아닌 척 하지만, 나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때, 뒤돌아 본 풍경 속의 그의 모습이 내가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차마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