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285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민음사, 2013.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

배수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자음과모음, 2013.

"그리고 주로 공연이 끝난 다음, 저녁때 오디오 기기를 끈 다음에 들려온다는 거죠?" "네" "그러면 혹시 뒤에 남게 된 소리의 그림자가 아닐까요" "소리의 그림자라면?"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 같은 것."(10~11쪽) * 두터운 시멘트 건물 벽면과 육중한 철제와 거대한 유리 시설물, 대지 전체를 뒤덮은 뜨거운 아스팔트에서는 이글거리는 화장장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드러난 살과 피부, 눈동자와 털과 같은 온갖 동물성 유기물들이 땀과 함께 열기에 연소되면서 거리는 온통 분화구처럼 움푹한 화염의 구덩이로 변했다. 어느 방향으로 얼굴을 돌려도 수천 개의 불화살이 눈과 피부에 치명적인 화상을 입혔다. 수천 개의 별들이 동시에 폭발했다. 유성들이 불타고 가스가 연소하며 어두운 재가 천체의 궁륭에 달라붙었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