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이잖아!"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은 내가 혈육의 아픔을 마치 남일처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일 터였다. 정말 남이었으면 어땠을까?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이었으면? 하지만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걸, 그것만큼 소용없는 생각도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 질문의 잔인함에 뒤늦은 경악이 들었는데, 그조차도 이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잔인한 건 아버지인지 나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가족이란 어쩌면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불행 속에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는 저주를 타고난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이 저주인 이유는 상처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신기할 정도의 치유제 또한 부여했다는 데 있다. 영원한 형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