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냥 무작정 버스를 타고 싶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싶었다. 버스를 타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던 생각들이 가라앉을 것 같았고,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했고 버스기사는 생각보다 친.. 어느푸른저녁 2009.02.02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나는 우선 걱정이 됐다. 평소 김연수의 작품들이 내겐 너무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가 소설 속에 녹여놓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이 내겐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왔었다. 그건 내가 가진 지식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 흔해빠진독서 2009.01.30
사소한 독백 사소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 것도 병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프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겨버릴 수 있는 말인데. 어쩌면 상대방이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렸기 때문에 더 상처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어느푸른저녁 2009.01.30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2008. 이제는 알겠다. 사랑은 여분의 것이다. 인생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찌꺼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이 사는 현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테츠트보』라든가, 니콜라예프스크 같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단어들 속에서, 열병에 걸린 듯 현기증을 느끼며 사랑한다.. 기억할만한지나침 2009.01.27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0. 별이 지나가는 길을 본 적 있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있는 것처럼. 1. 이상은의 소울메이트라는 노래를 듣고 있다. 이상은 특유의 까슬까슬하고도 여운이 남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내 가슴 속에 울린다. 날이 더 추워져서일까? 설 연휴를 맞아 다들 분주히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 틈에 휩쓸려 .. 어느푸른저녁 2009.01.23
비몽(悲夢) 아주 슬픈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하루종일 그 슬픔이 가시지 않을 때가 있다. 꿈을 꾸면서도 이것이 꿈일거라는 확신이 들지만, 마음대로 깨지 못하고 꿈 속에서 느낀 감정들이 깨고 난 후에도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것은 진정 꿈이었을까? 꿈 속에서 만난 사람과 .. 봄날은간다 2009.01.19
어떤 적막 - 정현종 어떤 적막 - 정현종 좀 쓸쓸한 시간을 견디느라고 들꽃을 따서 너는 팔찌를 만들었다. 말없이 만든 시간은 가이없고 둥근 안팎은 적막했다. 손목에 차기도 하고 탁자 위에 놓아두기도 하였는데 네가 없는 동안 나는 놓아둔 꽃팔찌를 바라본다. 그리로 우주가 수렴되고 쓸쓸함은 가이없이 퍼져나간다. .. 질투는나의힘 2009.01.16
편혜영, 『아오이가든』, 문학과지성사, 2005. 편혜영의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을 지배하는 이미지를 세 가지로 요약한다면 시체, 고양이, 죽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은 자연히 시체와 연관되기 때문에 결국 같은 이미지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시 냄새, 정확히 말해서 시취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집에 실린 아홉 편.. 흔해빠진독서 200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