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와 심은하 주연의 영화 가 생각났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원(한석규 역)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비디오테이프 작동법을 알려주는 장면이. 그 장면에서 아들인 정원은 아버지에게 비디오테이프 작동법을 알려주려 하지만 나이 많은 아버지는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자꾸만 틀리게 말해서 정원이 버럭 화를 내고 만다. 어색해진 그 순간.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난감함도 아들의 화도 모두 이해가 되던 순간. 영화는 내내 잔잔했지만 그 이면에는 슬픔이 만져지던. 어쨌든 그 장면이, 아버지와 저녁을 먹고 차까지 마시고 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떠올랐다. 찻집에서 아버지는 내게 은행 인증서가 만료되어 간다고 문자가 왔으니 갱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아버지의 핸드폰에 깔린 은행 ..